아무 말 없이 모든 걸 감당하는 사람, 엄마
하루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가방을 내려놓는 순간, 우리는 자연스레 휴식을 기대합니다. 따뜻한 밥 냄새, 말없이 챙겨진 집안일,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존재. 그 모든 뒤에는 바로 **‘엄마’**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엄마는 오늘도 아무 말 없이 하루를 버텨냈습니다. 아프면서도 가족이 걱정할까 말하지 못하고, 서운해도 얼굴 찌푸리지 않으며, 혼자서 속상함을 삼키는 날들을 반복했을 것입니다.
엄마라는 이름은 ‘참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바꿔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작은 감정 하나 쉽게 표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가족의 감정을 먼저 살핍니다.
무심한 말에 상처받아도 웃는 얼굴로 넘기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삼켜버리며, 늘 가족의 평화를 먼저 생각합니다.
특히 자녀가 어릴 때는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를 견디며 밤을 지새우고, 자녀가 성장하면 마음고생이라는 또 다른 고통을 견딥니다. 그리고 자녀가 독립해 떠난 뒤에도 걱정을 멈추지 못하는 존재, 그게 바로 엄마입니다.
엄마는 누군가의 딸이었고, 누군가의 아내이며, 누군가의 엄마로서 오랜 시간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역할 속에서, 정작 ‘나’ 자신으로 살아간 시간은 얼마나 되었을까요?
‘엄마’라는 이유로 울지 못했던 수많은 날들이 있었고, ‘엄마니까’ 참아야 한다는 책임감 속에서 지워진 감정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엄마는 말합니다.
“괜찮아. 너만 잘 지내면 돼.”
그 말 속엔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보고 싶지만 자식이 바쁠까 봐 먼저 연락하지 못하고,
서운해도 자식이 마음 쓰지 않게 하려고 꾹 눌러담는 사랑.
그 무거운 마음이, 오늘도 엄마를 견디게 합니다.
엄마의 인생도 인정을 받아야 한다
‘엄마’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삶
우리는 종종 엄마를 ‘기능’처럼 바라봅니다.
밥을 해주고, 옷을 챙겨주고, 병원을 데려가고, 생일을 기억하는 존재.
그러나 엄마는 결코 단순한 역할이 아닙니다.
엄마 역시 한 명의 인간으로서, 감정을 느끼고, 꿈을 꾸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싶은 사람입니다.
엄마가 청춘이었던 시절, 무엇을 좋아했고, 어떤 꿈을 품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은 늘 무언가를 챙기고, 조용히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의 모습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엄마는 한때 누군가의 친구였고, 누군가의 연인이었으며, 때론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싶어 했던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그 시절 엄마의 감정과 꿈은 어디로 갔을까요?
어쩌면 가족을 위해 포기했던 수많은 순간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엄마를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엄마를 ‘당연한 존재’로 여겨선 안 됩니다.
엄마의 감정도, 선택도, 쉼도 존중받아야 할 ‘삶’입니다.
엄마가 해온 일들을 작게 여기지 말고, 그 인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엄마도 힘들지?", "요즘엔 뭐 하고 싶어?" 이런 작은 질문이 엄마에게는 큰 위로가 됩니다.
그 말 속에 ‘당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있어요’라는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엄마도 사랑받아야 할 존재입니다
엄마는 늘 주는 사랑에 익숙합니다.
받는 사랑에는 서툴고, 어색해하고, 때로는 미안해합니다.
하지만 엄마도 누군가에게 사랑받아야 마땅한 존재입니다.
조건 없는 헌신에 대한 당연한 보답으로서가 아니라, 그 존재 자체로 사랑받아야 할 사람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엄마는 점점 더 말수가 줄고, 눈빛에 많은 이야기를 담습니다.
“괜찮아”라고 말하지만, 괜찮지 않은 날이 더 많습니다.
그러나 자식 앞에서는 언제나 씩씩하고 괜찮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 합니다.
우리는 이제 엄마에게 더 자주 말해야 합니다.
“엄마 고마워요.”
“엄마가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엄마도 이제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야 해요.”
그 말들이 쌓이면, 엄마는 조금씩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됩니다.
그리고 비로소,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오늘도 참아낸 엄마에게, 이제는 우리가 다가가야 할 시간
엄마는 여전히 매일을 견디고 있습니다.
아프지 않은 척, 속상하지 않은 척, 외롭지 않은 척 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알아야 합니다.
그 모든 척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엄마가 말없이 참아낸 시간들, 그 속에는 누구보다 깊은 사랑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사랑을 너무도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말해야 할 시간입니다.
그 사랑이 얼마나 크고 귀중한 것이었는지를.
오늘도 참아낸 엄마에게
“이제는 엄마의 시간이에요”
라고 말해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시작일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작은 시작이
엄마의 삶에
더 따뜻한 봄을 데려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