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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권금성의 전설과 산성길 이야기

by cashflowboss 2025. 11. 5.

설악산
설악산

설악산의 권금성은 단순한 산성이 아니라, 신비로운 전설과 아름다운 풍광이 함께 깃든 곳이다. 이곳은 고려 시대의 흔적과 호국의 정신이 살아 있으며, 한눈에 설악의 절경을 품을 수 있는 명소로 손꼽힌다. ‘권씨와 금씨의 사랑 이야기’로 전해지는 슬픈 전설은 산의 이름에 생명을 불어넣고, 가파른 산성길을 오르며 들려오는 바람 소리는 천년의 시간을 건너온 듯 깊은 울림을 준다. 자연과 역사가 공존하는 권금성의 이야기는 설악산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의 삶과 감정이 녹아 있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임을 일깨워준다.


권금성의 유래, 슬프고도 아름다운 전설

설악산을 찾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 권금성(權金城). 이 이름에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숨어 있다. 권금성은 설악산의 대표적인 명소 중 하나로, 신흥사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금세 닿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름의 유래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옛날 고려 시대에 권씨 성을 가진 장군과 금씨 성을 가진 여인이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깊이 사랑했지만, 전란으로 인해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권 장군은 전쟁터로 나가야 했고, 금씨는 그를 기다리며 설악산 자락에 성을 쌓았다. 그녀는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매일 산정에 올라 멀리 전장을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끝내 권 장군은 돌아오지 못했고, 금씨는 슬픔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기려 이곳을 ‘권금성’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전설은 단순한 옛이야기가 아니라, 설악산의 바위와 숲, 그리고 바람에 여전히 살아 숨 쉰다. 권금성에 오르면 지금도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고요한 기운이 느껴진다. 하늘과 맞닿은 봉우리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그들의 사연을 담은 듯 서정적으로 흐른다.

또한, 역사적으로 권금성은 실제로 군사적 요새 역할을 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 시대에는 북쪽으로부터의 침입을 막기 위한 방어 거점이었으며, 성벽 일부는 지금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절벽 위에 세워진 성터와 돌담의 잔해는, 천년의 세월을 버티며 설악산의 위엄과 함께 존재해왔다.

이렇듯 권금성은 ‘사랑의 전설’과 ‘역사의 흔적’이 한데 어우러진 장소다. 자연의 웅장함 속에 인간의 감정과 이야기가 녹아 있어, 단순한 산행이 아닌 ‘시간 여행’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그리움과 기다림, 헌신의 상징인 권금성의 전설은 지금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린다.


권금성 산성길, 자연과 역사가 함께 걷는 길

권금성으로 향하는 길은 설악산의 수많은 등산로 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신흥사에서 출발해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거나, 직접 산성길을 따라 걸어 올라갈 수 있다. 산성길은 경사가 가파르지만, 곳곳에 숨은 절경이 이어져 걸음마다 감탄이 터져 나온다.

길의 초입에는 고즈넉한 신흥사가 자리하고 있다. 신흥사는 통일신라 시대에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로, 불국토의 정취와 함께 권금성 탐방의 출발점이 된다. 사찰을 지나면 울창한 숲길이 시작되는데,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마치 천상의 빛처럼 느껴진다. 새소리와 계곡물 소리가 어우러지며 마음을 정화시키는 듯하다.

산성길 중반부부터는 바위 절벽과 암릉 구간이 이어진다. 발 아래로는 설악의 계곡이 펼쳐지고, 위로는 권금성의 성벽 흔적이 나타난다. 이 구간은 다소 험하지만, 그만큼 풍경은 압도적이다. 가파른 길을 오를수록 멀리 울산바위공룡능선이 눈앞에 나타난다. 구름이 산허리를 감싸며 흘러가는 장면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권금성 정상에 오르면 탁 트인 하늘 아래 설악산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속초 바다가, 서쪽으로는 끝없는 산맥이 겹겹이 펼쳐진다. 특히 아침 시간대에는 운해가 깔리며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신비로운 장면이 연출된다. 이런 풍경 앞에서는 누구나 말없이 서서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된다.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도보로 오르는 산성길은 더 큰 감동을 준다. 발걸음 하나하나에 전해지는 흙 냄새, 바위에 스치는 바람, 그리고 오르내리며 마주치는 사람들의 미소 속에는 ‘산의 온기’가 담겨 있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왜 권금성이 천년 동안 사랑받아왔는지 자연히 알게 된다. 그곳에는 단순한 풍경 이상의 것이 있다. 인간의 역사와 감정, 그리고 자연의 조화가 한데 어우러진 ‘살아 있는 길’이 바로 권금성 산성길이다.


권금성에서 마주한 설악의 시간, 그리고 우리에게 남은 의미

권금성 정상에 오르면, 시선은 자연스럽게 설악산의 품으로 향한다.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산맥을 타고 흐르고, 멀리 보이는 울산바위는 마치 고대의 거인이 세상을 지키는 듯 서 있다. 이곳에 서면 ‘시간’이라는 개념이 무의미해진다. 수백 년, 수천 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응축된 듯한 고요함이 감돈다.

권금성은 단순히 ‘경치 좋은 곳’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그리고 역사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고려의 장군과 금씨의 사랑이 깃든 전설에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한 성벽의 흔적까지 —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져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마치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많은 탐방객들이 권금성을 찾는 이유는 단지 아름다운 풍경 때문만은 아니다. 그곳에는 ‘기억’이 있다. 우리 조상들의 숨결과 발자취가 남아 있고, 그 속에서 인간의 희로애락이 느껴진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권금성은 ‘되돌아봄의 장소’이기도 하다. 바쁘게 살아가며 잊고 지낸 자연의 품, 그리고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들을 다시 일깨워준다.

또한, 권금성의 절경은 사계절마다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봄에는 철쭉이 바위를 붉게 물들이고, 여름에는 짙은 초록 숲이 생명의 활기를 더한다. 가을이면 단풍이 황금빛으로 물결치며, 겨울에는 하얀 눈이 성터를 덮어 마치 신비로운 설화 속 장면을 연출한다. 그 어떤 계절에 찾아도 권금성은 늘 새로운 얼굴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그곳에 서면,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는 듯한 묘한 감정이 밀려온다. 바람은 여전히 불고, 성벽의 돌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변한 것은 세월뿐이다. 그러나 그 세월의 무게를 견뎌온 권금성은 오늘도 묵묵히 설악산의 역사를 지켜보고 있다.


설악산 권금성은 단순한 산행의 목적지가 아니다. 그것은 사랑의 전설과 역사의 숨결,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성스러운 공간이다. 권씨와 금씨의 이야기가 전하는 기다림의 마음, 산성길을 오르며 느끼는 생명의 기운, 정상에서 바라보는 설악의 장관 — 이 모든 것이 권금성을 특별하게 만든다.

우리가 권금성을 찾는 이유는 어쩌면 그 속에서 ‘잊고 있던 마음’을 되찾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과거의 이야기를 되새기는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지금’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설악산 권금성은 그렇게 오늘도, 천년의 바람 속에서 우리에게 묵묵히 말을 걸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