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아픈 폭력, 그 진실을 마주하다
1. 말 한 마디가 인생을 흔드는 폭력이 될 수 있다
“그 정도 말은 누구나 하지 않나요?”
“예민하네, 그걸로 왜 그렇게 상처를 받아?”
정서적 학대를 겪는 사람들이 가장 자주 듣는 말입니다. 그러나 정서적 학대는 육체적인 폭력처럼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깊고 오래 상처를 남깁니다.
정서적 학대란 말이나 행동으로 상대방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수치심이나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모든 행위를 의미합니다. 반복적인 비난, 무시, 조롱, 협박, 침묵, 과도한 통제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특히 가족, 연인, 친구, 직장 상사 등 가까운 관계에서 발생할 경우, 피해자는 오랫동안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괴로워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말들은 단순한 푸념이나 농담이 아닌 ‘학대’가 될 수 있습니다.
- “넌 왜 그렇게 쓸모가 없어?”
-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이야, 네가 문제야.”
- “그런 건 네 수준에 안 맞아, 하지 마.”
- “너 없으면 나도 죽을 거야.”
이러한 말들은 겉보기엔 강압적이지 않아 보여도, 상대의 정체성과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입힙니다. 반복되면 상대방은 ‘나는 정말 쓸모없는 사람인가?’라는 자기부정에 빠지고, 점차 자율성을 잃어가게 됩니다.
정서적 학대는 한두 번의 말이 아닌, 지속적인 패턴으로 나타납니다. 처음에는 작은 비난에서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피해자는 점점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고, 학대자의 말에 의존하게 됩니다. 이처럼 정서적 학대는 자존감을 갉아먹는 침묵 속의 폭력입니다.
2. 왜 우리는 정서적 학대를 인식하지 못할까?
정서적 학대가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피해자조차도 오랫동안 그것을 ‘학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가정 안에서, 혹은 연인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학대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위장되기 쉽습니다.
어떤 사람은 말합니다.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니까 그런 거예요. 걱정되니까 간섭하는 거고, 사랑하니까 나를 바꾸려고 하는 거예요.”
하지만 사랑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지, 바꾸려 하거나 깎아내리는 것이 아닙니다.
정서적 학대는 때때로 다음과 같은 형태로 나타납니다.
- 가스라이팅(Gaslighting): “네가 예민한 거야”, “그건 네 착각이야”라는 말로 피해자의 현실 인식을 왜곡시킴
- 침묵하거나 대화 차단하기: 의도적으로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상대에게 죄책감을 주고, 심리적으로 지배함
- 감정 조종: 칭찬과 비난을 반복하며 상대의 감정 상태를 자신에게 의존하게 만듦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런 행동을 학대라고 인식하지 못할까요?
첫째, 학대자는 종종 ‘사랑’을 내세워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합니다. 둘째, 피해자는 점차 자기 신뢰를 잃어가면서, 학대자의 말이 사실이라고 믿게 됩니다. 셋째, 사회적으로 ‘감정적인 문제는 참고 견뎌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정서적 고통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도 있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피해자가 자신을 탓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내가 더 잘했으면 그런 말 안 들었을 텐데”, “내가 못나서 이런 대접 받는 거야”라며 자신을 점점 몰아붙입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로도 타인을 정서적으로 파괴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감정의 회복은 ‘나를 지키는 것’에서 시작된다
정서적 학대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걸음은 **‘이것이 학대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상처를 드러내는 것은 약함이 아니라, 회복을 위한 용기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배우는 것 역시 중요한 단계입니다.
다음은 정서적 학대를 인식하고 회복하기 위한 몇 가지 실질적인 방법입니다.
- 경계를 설정하세요
내 감정을 무시하고 넘보는 말이나 행동에는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합니다.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아요”, “지금 이 대화는 멈춰야 할 것 같아요”라는 표현은 결코 이기적인 것이 아닙니다. -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이야기하세요
혼자서 끙끙 앓지 마세요. 친구, 가족, 전문가 등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정서적 회복에 큰 도움이 됩니다. 말하는 순간, 내 감정이 더 명확해지고, 외부의 시선을 통해 왜곡된 관계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 상담이나 치료를 고려해보세요
정서적 학대는 깊은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습니다. 심리 상담은 내면의 상처를 안전하게 풀어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특히 오랫동안 반복된 학대는 자존감을 심각하게 훼손시키기 때문에,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 나 자신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산책, 글쓰기, 명상, 취미 생활 등 나만의 시간을 통해 감정을 정돈해보세요.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내 감정을 중심으로 다시 삶을 정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타인의 말에 휘청이지 않도록, 내 마음의 중심을 단단히 세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마무리: 당신은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정서적 학대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 흔적은 아주 오랫동안 마음에 남습니다. 그러나 그 상처는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당신은 존중받아야 하고, 사랑받아야 하며, 누구도 당신의 감정을 함부로 대할 수 없습니다.
혹시 지금, 당신도 알 수 없는 불안과 우울 속에 계시진 않나요? 누군가의 말이 마음을 찌르고, 매일이 무력감으로 가득하진 않나요? 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그 관계’를 다시 바라볼 때입니다.
정서적 학대를 이겨낸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처음에는 내가 틀렸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나는 잘못한 게 없었다는 걸요.”
당신 역시 회복할 수 있습니다. 상처는 시간이 아니라, **‘나를 지키겠다는 의지’**로 아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오늘 이 글을 읽고 있는 바로 지금입니다.